러시아(舊 소비에트 연방)는 2차 세계대전을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는 판이하게 인식한다. 러시아인들은 이 전쟁이 주로 소련과 독일 간의 전쟁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이 전쟁의 공식 명칭도 "the Great Patriatic War"라고 부른다.

러시아인은 나치 독일이 1939년에 개전하여 단시간에 서유럽을 석권한 후 1941년에 소련으로 진격하였으므로, 1941년부터 전쟁 말기인 1944년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하기까지 전 유럽에서 독일과 처절한 전투를 벌인 것은 유일하게 소련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 동안 서방 연합군은 북아프리카에서 독일군과 싸웠을 뿐이라는 것이다. 소련이 독일을 혼자서 감당하는 동안

겪은 피해는 엄청났다. 모스크바가 함락 직전까지 몰렸으며 유럽 러시아는 거의 초토화되어 거덜날 지경에 이러렀다.

그런데 소련은 이러한 상황 전개의 배후에 서방의 의도가 게재되어 있었다고 의심하였다. 즉 나치즘과 볼세비즘을 모두혐오하는 서방측은 양측이 쇠잔해질 때까지 전투를 벌이는 상황을 최대한 방치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독일군의 공세 결과 존망의 위기에 몰린 스탈린이 서방 연합군에게 유럽 대륙에 제2전선을 열어 달라는 간절한 요청을 여러 차례 하였으나,서방측은 1944년 4월에 가서야 노르망디 상륙을 실행했으니 소련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의 승기 또한 소련군이 제공했다는 것이 러시아인의 인식이다. 소련군이 1943년 겨울, 볼고그라드 전투에서독일군을 패퇴시킴으로서 독일군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밀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또한 1944년 초,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수 개원 전에 소련군이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에게 가한 총공세가커다란 성공을 거두어 나치 독일을 몰락의길로 들어서게 한 결정적 계기가 죄었다는 것은 많은 역사학자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는 노르망디 상륙이 나치의 몰락을 가져왔다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다. 이 공세에서 소련군은 레닌그라드 일대에서만 20만의 독일군 포로를 잡았으며 독일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부전선의 대군단을 괴멸시키고 파죽지세로 베를린을 향해 진격했다.

러시아인들은 그제서야 연합군이 서둘러 노르망디에 상륙하고 경쟁적으로 독일 점령에 나서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소련의 해석에 의하면 서방측은 큰 피해를 입지않고 있다가 전쟁 말기에 신속히 작전하여 독일의3/4을 점령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 인식은 전후 유럽 질서에 대한 소련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련은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선 소련의 서부 국경 서쪽에 안전 지대가 필요하며 전쟁이 재발할 경우 이 안전지대에서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동구지역에 소련과 유사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권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하였으며 동구를 공산위성국가로 만들면서 구체화되었다. 스탈린은 소련군이 전쟁 내내 이용만 당한 이상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확보한 지역에서 조금도 물러설 수 없다는단호한 입장을 갖고 전후 처리에 임했다.

서방 연합군들은 스탈린의 이러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막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단지 동구에서 

소련의 행동을 다소 제약하려는 선에서 대처하였는데, 이는 서방 연합국들이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의 희생과 기여를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얄타 막후 협상에서 

처칠이 스탈린에게 손으로 휘갈겨 써 주었다는 동구 분할안은그 후 소련이 장악한 지역보다 면적이 

좀 적다는 점만 다를 뿐 스탈린이 동구 영유권 자체는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에서는 역시 가장 많이 피흘리고 승리한 자가 큰 발언권을 갖게 된다는 평범한 사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군사전략면에 있어서도 소련은 2차 세계대전 후반 소련이 독일을 향해 진격할 때의 경험을 살려 

미래의 전쟁에서 침공전 양식만이 소련의 안보에 적합하다는 인식을 굳히게 된다. 

소련은 평야 지대일색이라 전장이 될 경우 방어에 부적합하므로 개전 초기부터 공세를 취하여 상대의 영역으로 공격해 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냉전 시대 내내 서구가 소련군에 대하여 느끼고 있던 위협은 주로 이러한 소련군의 공격적인 전략 개념에 기인한 것이었으며, 서구는 소련 군사 독트린이 내포한 공격성을 크게 선전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냉전시대에 서방 각국은 소련의 탱크 숫자가 서방보다 많은 것을 언제나 문제삼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평원을 방어하려면 탱크가 불가결한 것이고, 광대한 영토에서 군사력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기동력있는 기계화 부대 편성 또한 소련의 전략상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출처:my.netian.com/~meye:러시아 리포트 by 위성락(러시아 문제 전문가)

2002년 01월04일 메일박스님이 작성하신 게시물입니다.

출처 : 토탈밀리터리 http://totalmilita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