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FT-17 전차에 대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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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근대전사란에만 들락거리다가 오랜만에 2차대전사 게시판에 들려보았습니다.
중간중간에 만주사변이나 1차대전, 중소분쟁같은 이야기가 뒤섞여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어느 허접한 전차에 대한 저의 어설픈 짝사랑을 담은,
가벼운 개인적인 취미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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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에 활약한 수많은 전차들 가운데
<누가 가장 최고인가?>라고 하는 객관적인 전력대비는 일단 접어두고
그냥 심심풀이로 가장 애착이 가는 탱크들을 꼽아 본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아마도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무래도 티이거나 4호전차의 파생형이나,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는 T-34를 비롯한 뛰어나고 걸출한 작품들이
제가 유독 애정(?)을 보이는 엉성하고 못생긴 녀석들보다
주관적인 선호도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표를 얻을 거라는 예측을 해보지만요.
XXX
1940년 5월 10일 구데리안의 기갑부대를 선두로 하여
독일군이 파죽지세로 아르덴느의 삼림지대를 돌파하고 있을 때
프랑스는 전차 약 3,500대를 일선에 배치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1차대전 말기에 등장한 할아버지도
어엿하게(?) 536대나 포함되어 방어의 일익을 담당했는데,
우리가 잘 알다시피 독일군의 눈부시게 빠른 진격이 이루어지면서
다른 프랑스 전차들의 신세와 마찬가지로
딱히 노장의 투혼(?)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패배합니다.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할 <르노 FT-17>전차입니다.
프랑스 영토 내에 총 2,500대 정도 남아있었던 1차대전의 할아버지는
당시 새로운 개념의 전차전을 기획하던 독일군에게 있어서
어쩌면 곧장 고철시장으로 팔려갈 낙후된 쇳덩이로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독일인은 존경스러울 정도의 특유의 절약정신을 발휘하면서
<작고 가볍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라는 르노전차의 장점을 포착합니다.
작은 사이즈와 얇은 장갑에다가, 37mm 포 또는 기관총 1정의 초라한 무장은
최일선의 전투에서는 딱히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후방의 경비/순찰임무, 특히 비시정권 내부의 치안을 맡기는 데에는
그럭저럭 쓸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차대전이 중기로 접어들고 독일군이 고질적인 전차부족 문제에 시달리면서
르노 FT-17은 빈약한 무장을 다 벗어던지고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사진에서처럼 괴상한 프로펠러를 두개씩이나 붙이고서 겨울 내내
루프트바페의 비행장에 가득히 쌓인 눈을 열심히 치우고 다니거나
세계 최초의 지뢰제거 전차의 하나로서 지면을 바쁘게 기어다니게 된 것입니다.
서치라이트의 활용은 몰라도 나머지는 죄다 3D 업종에 해당하는 궂은 일만 시키는군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이 임박할 무렵 독일군은 온갖 자원을 끌어모아
이른바 <대서양 방벽>을 부랴부랴 건설중이었는데,
이 와중에 르노 FT-17의 포탑도 또각또각 몸체에서 분리되어
콘크리트 벽 위에 하나둘씩 얹히게 됩니다.
파리 시가전에서는 75mm구경의 중형포를 작은 머리에 붙이고서
어엿한(?) 자주포의 하나로서 절망적인 전투에 참가하기도 했는데,
자세한 전과에 관해서는 제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 귀엽게 생긴 친구들을 괴롭히는데 기여한 사람들은
이들을 맘대로 개조하여 신나게 부려먹은 독일군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기갑부대가 2차대전에서 최초로 적의 전차와 교전하게 되는 장소는
북아프리카에 상륙한 직후 미군의 스튜어트 경전차 3대가
비시정부 휘하의 르노 전차 7대와 대결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르노 FT-17은 금새 3대가 격파되고
나머지 4대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주합니다.
미군측의 스튜어트 경전차는 한 발도 맞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흥....
2001년 11월07일 메일박스님이 작성하신 게시물입니다.
출처 : 토탈밀리터리 http://totalmilitar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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